서평단이 쓰는 리뷰는 아니고 구매해서 읽은 독자들의 기대평(웹툰연재때 읽은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인생 웹툰이다, 소장각이다, 눈물 난다, 출판사에 감사하다 등등.
대부분 젊은 층의 독자들인듯 해서 그냥 넘겼다.
예전에도 20~30대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웹툰을 읽은 경험이 떠올라서.



C도서관 신착도서서가에서 1권을 봤을 때에도 그냥 보아 넘기기만 했다가
2권까지 나란히 있는 것을 보고는,
‘한 번 읽어나볼까. 웹툰이니까 금방 읽히겠지.’하는 마음으로 빌려왔다.
빌려오고도 한참을 책상에(도서관 대출해온 책을 쌓아두는 작은 테이블) 세워두었다.


중1이가 관심이 있는지 슬쩍 보더니 다시 덮는다.
『정년이』는 재밌게 읽더니, 이 책은 읽어볼 생각도 안한다.
내가 강력히 읽으라고 권하지 않아서인가.
『나빌레라』는 권하지 않아도 몇 장 들춰보더니 열심히 읽었는데…..


숙제처럼 읽어야하는 책들을 마치고 잠시의 여유가 있는 어제 읽어보았다.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은 1920년대이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시대다.
『곱게 자란….』보다 15년 정도 앞서는 시기인데,
너무 근대화되고, 사람들의 모습도 세련되고 발전한 모습이다.
물론 산골짜기 시골에 살았던 간난이네와는 사는 곳이 다르니 당연하겠지만,
뭔가…..안 맞는 기분이다.


부잣집이 배경이라 보이는 풍경들이며, 가구며 옷차림이 다 근사하고 멋지다.
그럼에도, 난 1920년대에 이렇게 뻔지르르하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이 못미덥다. 친일파라서 가능한 삶이라 분노도 치민다.
내가 조선을 너무 깡시골이라고 생각하고 있나보다.
영화 <모던보이>는 1930년대 배경인데 웹툰의 모습과 많이 비슷하다.
도시와 시골은 이렇게도 사는 모습이며 처지가 달랐단 말인가.


군산에 사는 수아는 일제에 부역하는 친일파 가문의 외동딸 윤화의 몸종이다.
조선에서 수탈한 물자를 본토에(일제는 우리 땅 조선과 일본이 하나의 나라라고 여겼고, 조선 땅과 구분하기 위해 자신의 나라를 본토라 불렀다) 보내기 위해 일제는 군산을 계획도시로 만들었고, 수탈의 전진기지로서의 역할을 해야했던 군산엔 그러한 일제치하의 흔적이 적산가옥의 형태로 지금까지 남아있다.
(예전에 알쓸신잡 시리즈에서 적산가옥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적산가옥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해 한반도에서 철수하면서 정부에 귀속되었다가 일반에 불하된 일본인 소유의 주택. [내용] 적산은 적의 재산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적산가옥은 패망한 일인 소유의 재산 중 주택을 지칭한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이후 38선 이남을 통치한 미군정청은 「패전국 소속 재산의 동결 및 이전 제한의 건」(1945년 9월 25일 제정)과 「조선 내 일인 재산의 권리 귀속에 관한 건」(1945년 12월 6일 제정)에 의거해 남한 내 모든 일인 소유재산을 인…

윤화의 친일파 아버지는 조선인이니, 엄밀한 의미로 수아가 사는 집은 적산가옥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민족을 배신하고, 동포를 핍박하고 압제하는 일제의 앞잡이로 배부르게 살고 있으니 적(敵)이라 할 수 있겠다. 배신자니까.


군산에 있는 군산세관를 폭파하고, 폭탄을 경성(식민지 시대의 근대 서울을 일컫는 말)으로 옮기는 역할을 맞은
의현과 해수는 조선의 독립을 위해 일제에 맞서는 결사단 소속이다.
이 둘이 일본 경찰에게 쫓기고, 의현이 총에 맞아 바다에 빠졌고, 그런 의현을 바닷가에 산책을 갔던 수아가 구해주는 것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인어공주 이야기와 비슷한 부분)


부잣집 몸종으로 자신의 평온한 처지에 마냥 안분지족하며 살았던 수아는 자신의 고향 군산과 아가씨라 부르며 따르던 윤화를 자신의 바다(=물), 자신은 그 물에 사는 물고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바닷가에서 생명이 위독한 의현을 구해주고, 의현은 자신을 구해준 수아가 물 속에서 인어공주같았다는 말을 해 준다.
의현을 돕고자 했던 마음으로 인해 목소리까지 잃게 되었으니, 이건 영락없는 인어공주 이야기다.
부제또한 <경성의 인어공주>니까 작가는 작정하고 인어공주의 스토리를 차용하여 스토리를 전개하고 있다.
다만, 목소리를 잃고서도 왕자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고 끝내 물거품이 되어버린 인어공주와는 다를 것이다.
다리를 가진 인간으로서 목소리를 잃게 만든 원수, 해수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경성으로 향하니까.
알라딘 책 소개 화면 퍼옴

알라딘에 가보니 3권이 출간되었고, 4권을 기다린다는 리뷰가 있는 것을 보니 최소 4권까지는 있는 모양이다.
아니면 8권, 9권까지 계속 이어질 수도.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결사단의 이야기라면 그 정도 권수는 되어야 서사를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아직 이야기의 초반이라 그런가 빨려들어가는 흡인력을 느끼지는 못했으나,
다음에 이어질 이야기들이 궁금하긴 하다.
그러나 대체로 대작들은 그 기운이 초반부터 느껴지던 걸 감안하면……


또 다시 나의 중늙은이 감성이 못따라가는 것인가.
이런 생각이 들면서 슬퍼지고.



다음 권을 도서관에서 만나지 못하면 뒷 이야기를 애써 찾아 읽지는 않을 것 같다.
완결 전인데도 이렇게 책으로 출간된 걸 보면 인기가 어마무시한 거 같은데….흐음.



웹툰 리뷰인데 너무 진지하게 쓴 것 같고,
그렇지만 시대적 배경이나 내용은 진지하고,
하지만 그럼에도 웃기고 싶은데 웃기지 않아서 슬프고,
웃길 타이밍이 아니었다고 스스로를 달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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