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묵이 사망한 후 3개월 동안, 한주원은 만양을 떠나있었다. ​

함께 강진묵을 잡을 때, 이동식은 한주원에게 약속했었다. 강진묵을 잡고 동생 이유연을 찾으면, 강민정의 손가락을 발견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자신의 죄를 받겠다고. 하지만 강진묵이 사망한 뒤에도 이동식은 자수하지 않았다. ​

한주원은 그 지점에서 이동식에게 분노한다. 강민정은 김칫독에 유기될 때까지 살아있었고, 만약 이동식이 손가락을 발견하는 시점에 신고했더라면 지금 살아있을지도 모를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동식에게 죄를 묻기에 본인도 떳떳한 입장은 아니었다. 자신 역시 함정 수사를 펼치다가 이금화를 사망하게 했고, 아버지의 권력으로 그것을 적당히 무마한 채 넘어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는 이어진 감사에서 자신이 함정수사로 이금화를 위기에 몰아넣었다는 것을 자백한다. 그리고 석 달 동안, 만양을 떠나 부산에 머문다.

시간이 지나 다시 만양으로 돌아온 한주원은 이전과는 분위기가 판이하게 다르다. 그는 자신이 처음 만양에 왔던 때에 이동식이 자신이 했던 말과 행동들을 고스란히 되갚는다. 경찰의 관심을 끌기 위해 증거를 조작하고, 뭔가를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숨기며 이동식을 흔들어놓는 것까지 전부. 다소 역전된 듯한 그들의 관계는 토렌트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강민정 사건 때 이동식은 강민정의 손가락을 평상 위에 올려놓고, 경찰인 자신이 용의자로 붙잡힌 것을 일부러 언론에 드러내며 이 사건이 침묵 속에 묻히지 않도록 만들었었다. 만양으로 돌아온 한주원 역시 이동식이 그랬던 것처럼 남상배가 범인인 것처럼 증거를 조작하고, 자신을 추궁하는 이동식을 자극하며 강진묵의 죽음과 그 뒤에 숨겨진 비밀들이 묻히지 않게끔 상황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한주원이 바라는 것은 하나다. 모든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는 것. 잘못한 사람은 벌을 받는 것. 그것이 한주원이 믿는 정의이기 때문이다.

한주원은 자신이 함정수사를 위해 이금화를 사지로 내몰았다는 가책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그가 다시 만양으로 돌아와 진실과 정의를 말하며 일을 꾸미는 까닭도 그 지점에 있는 듯 보인다. 그는 아무도 잃지 않고 바로 선 정의를 보고 싶었다. 그러나 남상배가 강진묵을 죽인 것처럼 증거를 조작한 그의 행동은 한편으로 그가 생각하는 정의와는 조금 어긋나있지 않았나 싶다. 결과적으로 보아도 그는 원하는 결말을 이번에도 얻지 못했다. 그가 남상배를 몰아갔던 것은 남상배가 가지고 있는 비밀에 다가서기 위해서였으나, 미처 거기에 도달하기도 전에 남상배가 살해당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토렌트는 한주원 뿐만 아니라 토렌트 속 인물들의 후회로 점철된 현재를 꽤나 섬세하게 보여준다. ​

남상배가 이동식에게 헌신적인 이유는 자신이 과거 이동식을 범인으로 몰아간 경찰들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무고한 동식을 범인으로 몰아 한 가정을 파탄내고 동식의 인생의 한 부분을 망가뜨렸다는 가책은 남상배의 마음에 병처럼 남아있다. 이동식은 자신이 손가락을 가지고 나오던 그 시각 강민정이 아직 김칫독 속에 살아있었다는 사실로 인해 뼈 아픈 후회를 해야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박정재 역시 20년 전 이유연이 죽던 날 그녀를 붙잡지 못했다는 가책으로 긴 시간 괴로워한 것으로 보인다.

한주원과 남상배, 이동식의 공통점은 본인의 거짓말로 인해 누군가의 삶을 파괴하거나 목숨을 잃게했다는 것에 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박정재역시 이유연과 관련된 어떤 거짓말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유추해볼 수 있지 않나 싶다. 박정재가 이유연을 살해한 것이 아니라도, 혹 박정재의 거짓말로 인해 이유연이 살 수 있는 타이밍을 놓쳤다거나 하는 식으로.

한편 20년 전 죽은 이유연은 강진묵에 의해 이동식의 집 지하실 벽에 묻혀있었다. 긴 시간 그 벽에 사건 자료들을 붙인 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며 살았던 동식은, 바로 코 앞에 동생을 두고도 찾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괴로워한다. 그리고 그녀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밝혀진다. 그녀가 목숨을 잃은 것은 강진묵에 의한 살해가 아니라 교통사고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

강진묵이 이유연을 죽이지 않았다고 해도, 강진묵이 이유연을 이동식의 집 벽에 묻은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만약 이유연이 정말 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고 유기된 거라면, 그 상황의 가해자가 누구인지 강진묵은 목격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가장 진실에 가까울 그는 이미 세상에서 사라진 뒤다. 그리고 이로써 이동식에게는 또 다른 문이 열리게 된다. 이 전의 상황보다 진실에 가까운 문. 그래서 어쩌면 더 스스로를 괴롭게 만들지도 모르는 20년 전 그 날로 걸어가는 문이. ​

만양에서 실종되었던 많은 사람들을 죽인 범인이 강진묵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긴 시간 만양을 떠돌던 흉흉한 그림자는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강진묵이 사라지며 그 뒤에 숨어있던 또 다른 그림자가 만양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마도 욕심과 탐욕, 그리고 이기시메서 비롯되었을 그 그림자가. 현재까지 진행을 보아서는 이유연의 죽음과 당시 만양에서 진행되던 재개발이 연결되어있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20년 전 대학 입학을 앞 둔 유연이에게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곳 만양, 후회를 가진 인물들은 다시 20년 전 사건의 진실을 앞에 두고 있다. 전과 다르고자 했지만 결국 전과 같은 비극을 맞이하고 만 한주원과, 아마도 오래 전 잘못을 바로잡으려다 목숨을 잃은 것으로 보이는 남상배, 그리고 두 번 다시 소중한 누구도 잃지 않겠다 다짐했지만 결국 남상배를 잃고 만 이동식. 그들은 같은 후회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최선이라고 생각한 선택을 했지만 결국은 다시 마주한 비극 앞에 함께 서 있다. 한 사람은 목숨을 잃고, 두 사람은 그 앞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으며.

남상배의 죽음은 토렌트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 후회하는 자들의 선택이 불러온 또 다른 후회는 어떤 사건으로 엮여 나가게 될까. 20년 전 이유연을 죽인 사람은 누구이며, 박정재가 숨기고 있는 상처와 비밀은 무엇일까. ‘괴물’의 다음 전개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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