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게 된 계기는 그저 싱고 주연 드라마가 마침 왓챠에 들어왔길래 가볍게 필모나 깰까? 하는 생각 이었다.
이때가 아마.. 러브제너레이션을 한창 보던 때라 이건 그냥 가끔씩 킬링타임용으로 보려고 했었다.

알바 하면서도 보고 하지만 한 편을 보고, 다음 화로 넘어갈수록 주력으로 달리던 기무라 드라마보다 이 드라마에 더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결코 닭살 돋지도 않고 그렇다고 또 너무 진지하지도 않게 개개인의 삶의 형태를 담아냈는데 하나하나가 마음 깊이 와닿았고 공감됐다.
나는 보통 좋아하는 배우의 필모를 깰 땐 내용에 집중하려고 해도 자꾸만 그 연예인만 보게 되는 버릇이 있다.
하지만 싱고는 싱고가 아니라 아예 드라마 속 인생의 삶을 살고 있는 ‘다이스케’가 되어있었다. 캐릭터 속에 자신을 녹여낸다는 말은 이럴 때 쓰나보다.
그리고 그 덕에 이야기에만 집중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싱고 매력 터지는 장면엔 싱고만 보인다)

내용 자체는 정말 평범하다.

주인공인 나가사키 다이스케(싱고)는 혼자 있을 때가 절대적으로 편한 독신 주의자다.
결혼이라는 틀에 박힌 제도도 싫어하고, 자신의 구역에 누가 침범하고 물건을 만지는 것도 진절머리치는 개인주의적 인간이다.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위해 자신의 조건에 딱 맞는 집을 구한 다이스케는 마침내 ‘이상적인 성(城)’을 갖게된다.
방금 성 한자를 찾다 깨닫게 된게 있는데
성의 정의는


예전에, 적을 막기 위하여 흙이나 돌 따위로 높이 쌓아 만든 담. 또는 그런 담으로 둘러싼 토렌트맵.

스스로의 주변에 담을 높게 쳐 외부인을 막고 일부러 혼자가 되려는 다이스케 그 자체다.
여태 그저 어렴풋이 ‘동화속에 나올 것 같은 멋진 성’ 이런식의 이상적인 이미지로만 생각해왔는데 그런 의미 뿐만이 아니었구나..


잔잔하게 행복한 일상을 보낼 것 같던 어느날, 연락을 거의 끊다시피 한 아버지가 무작정 집에 쳐들어온다.
게다가 대뜸 처음보는 남자아이를 데리고 와서는 ‘너의 남동생’이라며 우긴다.
평소 왕래가 잦았더라면 그나마 이해를 하겠지만, 몇 년 전 마지막으로 본 아버지는 지금과는 정반대의 무뚝뚝하고 말이 없어 상호간의 소통이 없던 사람.
그런 아버지가 몇 년 사이에 밝고 쾌활하게 바뀌어 다이스케에게 친한 척을 한다.
나같아도 거의 남같던 가족이 내 허락도 없이 집에 들어와서 살게 해달라고 하면 스트레스 장난 아니게 받을 듯.. 다이스케 정도면 정말 착한거다.

그리고 아버지 때문인지 덕분인지, 윗집에 사는 하나코(우에노 주리) 라는 이웃과도 안면을 트게 된다.
첫인상은 좋지 않았지만 대화를 해보니 하나코 역시 독신주의.
서로 공감대가 많아 주변에선 이해할 수 없는 고민이나 이야깃거리를 허심탄회하게 풀어놓는 사이로 발전한다.
그렇다고 또 갑자기 서로가 좋아져서 사귀게 되고 막 오글거리는 애정표현을 하는 전개도 절대! 아니다.
서로가 편하고 좋지만, 오히려 그래서 생기는 문제점도 정확히 짚어가고 있다.


엔딩은 죽음과 삶이 교차하는 순간을 덤덤하게 담아냈다.
마지막 조문 인사에서 다이스케는 이제껏 아버지에게 겪었던 수모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하다 마지막으론 스스로의 인생 가치관을 바꾸는, 오랫동안 고민하던 문제의 답을 낸다.
하나코에게 같이 살자는 고백을 함으로써 다이스케는 기나긴 독신생활을 마무리 짓게 된다.
겉치레로 전형적인 조문답례 인사말을 하는게 아니라 약간은 이기적인, 그래서 더욱 다이스케 다운 인사말로 조문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아마 그런 떠들썩한 마지막이 아버지인 요스케 씨가 가장 바랐던 게 아니었을까.

이 부분에서 울다웃다 또 울고 반복했다..

한 사람의 삶이 끝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슬픔과, 또 그 속에서 새로운 삶이 탄생하는 교차적인 순간이 반복되는 ‘인생’을 보여줬다.

마음이란 주전자를 약불에 따뜻하게 데워줘서 자연스레 작은 물방울이 나오게 만드는 드라마.
안타까워서 울게 되다가도 또 머지않아 웃게 만들어주는 주인공들이 친근하다.
평범한 일상을 사는 우리도 결국 삶의 주인공이라는 뻔하지만 당연한 말을 전하고 있다.



“하나보단 둘, 둘보단 셋”
다이스케의 아버지가 입에 달고 살던 말이다. 물론 다이스케는 싫어했다.

나 또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말이지만..

다이스케의 긍정적 변화를 보고있노라면 결혼을 하지 않아도, 가정을 꾸리지 않아도 서로 마음이 맞고 함께 있을때 편한 사람이 생긴다면 함께 산다는건 실보다 득이 더 많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인내,애정,양보 그리고 소소한 혼자만의 시간만 있다면
사람은 다른 이와 함께 살 수 있다”
라는 다이스케의 깨달음을 끝으로 드라마는 막을 내린다.

보통 가족 드라마같이 억지로 “가족을 꾸린다는건 좋은거예요!! 우리를 보고 본받으세요!!” 라고 무의식중에 강요하는게 아니라 더욱 편안하게 볼 수 있었다.
여태 자주 돌려보고 그만큼 애정하는 드라마는 (내 기억상) 없었지만 이제 하나 생긴 것 같다.
자기 전에 폭신한 이불을 덮고 봐도, 딴 짓을 하면서 봐도, 밥을 먹으면서 봐도 언제나 좋은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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