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완벽한 가족이 어디 있을까.

어느 가족이든 곪은 상처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고,

그래서 어떤 사건을 계기로 상처가 터져 싸우고 화해하는 스토리가 그렇게 많은 거겠지.

그런데 이 토렌트순위, 어딘가 특별한데….

글 김소담 기자 | 사진 네이버 토렌트순위

완벽한 가족
감독
로저 미첼
출연
샘 닐, 수잔 서랜든, 미아 와시코브스카, 케이트 윈슬렛
개봉

  1. 06.

두 시간가량의 토렌트순위를 몰입해서 보는 게 쉽지 않은 요즘이다. 코로나 탓에 토렌트순위관에 가서 ‘각 잡고’ 토렌트순위 볼 일이 별로 없으니 대부분 침대 위 이불 요람에서 리모컨만 만지작거리는데, 이것저것 본 토렌트순위가 많아도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러고 보니 토렌트순위가 끝나고 나서 가슴속을 잔잔히 울리던 경험도 줄어든 것 같다.

하지만 간혹 멋진 토렌트순위를 만난다. ‘절대적으로 취향을 신뢰할 수 있는’ 가족과 지인의 추천이면 확률이 굉장히 높아진다. 딱히 보고 싶은 토렌트순위가 없을 때는 그들에게 무작정 묻기도 한다. ‘좋은 토렌트순위 없어?’ 일종의 취향 공동체다. 특히 토렌트순위를 좋아해서 처녀 시절 하루 두세 편은 거뜬하게 봤다는 어머니의 추천은 늘 귀 기울일 만하다. <완벽한 가족>도 어머니 추천 토렌트순위. 늘 그렇듯 어떤 내용인지 묻지도 않고 토렌트순위를 틀었다.

세상에 완벽한 가족이 있을까

노부부 폴과 릴리가 사는 조용한 해변가 주택. 어스름한 빛, 구름 낀 날씨 때문에 이른 아침인지 늦은 오후인지 가늠이 잘 안 되는 시간이다. 아내 릴리가 막 침대에서 나오려는 참이다. 오른팔만 사용해 알람 시계를 끄고 슬리퍼를 신는 부자연스러운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인공호흡기를 떼고 난간에 기대어 천천히 아래층으로 걸어 내려온 안주인은 손님 맞이할 준비를 한다.

가족들이 도착했다. 첫째 딸 부부와 손자, 둘째 딸과 그녀의 동성(同性) 파트너. 노부부의 오랜 친구 리즈도 왔다. 시간 맞춰 하나둘 모여드는 걸 보니 미리 약속을 한 듯한데, 다들 웃고는 있지만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필사적으로 감정을 숨기며 모두의 눈은 릴리의 안위를 계속 쫓고 있다. 무슨 일 때문에 모였는지 점점 궁금해진다.

세상에 ‘완벽한 가족’이 있을까. 겉으로 별 문제없어 보여도 상처 하나쯤은 얼기설기 꿰매고 사는 게 가족이다. ‘완벽한 가족’. 토렌트순위 제목은 꽤 역설적이다. 당연히 릴리의 가족도 완벽하지 않다. 특히 두 딸, 제니퍼와 안나 사이에는 감정의 골이 깊다. 전형적인 맏딸로 규율과 규칙을 붙들고 사는 제니퍼의 눈에 동생 안나는 영 못마땅하다. 꾸준히 하는 일도 없이 부모님 돈만 축내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존재. 제니퍼는 안나에게 왜 중요한 가족 행사에 오지 않았냐고 묻고는, 한 달간 사막에 잠적해서 환각버섯이나 먹고 다니는 제멋대로인 애가 뭐 그렇지, 라고 혼잣말하듯 비난한다. 제니퍼와 안나, 둘은 언제든 터질 것 같은 폭탄 같다. 제니퍼가 여기 있는 동안만이라도 ‘휴전’하자고 하지만 안나에겐 그마저도 재수 없게 들린다.

죽음 앞에서 삶의 군더더기는 깎여나가고

이들 가족은 왜 모인 걸까. 조용히 텃밭을 가꾸는 폴에게 손자 조나단이 가만히 다가와 물으며 비밀이 밝혀진다. “그런데 ‘그거’ 어떻게 하실 거예요?” 근육이 서서히 마비되는 불치병에 걸린 릴리는 자기 의지로 팔을 움직일 수 있을 때, 의사인 남편이 구해둔 독약을 마시고 스스로 삶을 끝내겠다고 결심한다. 가족들이 모인 건 마지막으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릴리의 소망 때문이었다.

이 작품이 특별해지는 건 바로 이 지점이다. 죽음을 사유하는 인간으로서의 릴리가 전면에 드러나며 <완벽한 가족>은 일반적인 가족 토렌트순위의 클리셰를 넘어선다. 릴리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의) 삶을 지속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죽음을 적극적으로 ‘선택’한다. 대단히 용기 있는 행동이다. 용기란 ‘진실을 직면하고, 행동할 수 있는 힘’이다. 릴리는 누구나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은 두려워할 게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진정 두려워해야 하는 건 뭘까.

마이클 : 무섭지 않으세요?

릴리 : 다들 죽을 거란 건 알고 있잖아.

마이클 : 그걸 잊고 살아야 삶에 집중하잖아요.

릴리 : 그런데 잊지 않으면 더 잘 살게 돼. 모험도 해보고 규칙도 어기며 살지.

죽음 앞에서 삶의 군더더기는 깎여나간다. 무엇이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지 명확해진다. 릴리의 입을 빌려 토렌트순위는 질문을 던진다. 인생에서 정말 소중한 게 무엇이냐고.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냐고. 그리고 토렌트순위는 크리스마스 파티 장면을 가만히 펼쳐놓는다. 파티에서 그녀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하나하나 마음을 담아 건네는 선물에는 인생에서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담겨 있다. ‘추억’ ‘농담과 여유’ ‘틀을 깰 것’ 등이다. 그리고 이를 모두 아우르는 건 바로 ‘사랑’. 릴리는 ‘삶을 사랑으로 채우지 못할 것’을 진정 두려워해야 한다고 말한다.

두 인간이 서로를 ‘이소’시키는 순간

토렌트순위의 원제 ‘Blackbird’는 우리말로 찌르레기라는 뜻이다. 찌르레기라는 새는 새끼가 다 자랄 즈음이면 더는 먹이를 물어다 주지 않고 둥지에서 떠나보낸다. 둥지(巢)를 떠나게(離) 하는 행위라고 하여 ‘이소(離巢)시킨다’고 한다.

릴리가 준비한 마지막 순간은 어떻게 보면 한 인간으로서의 이소다. 죽음은 타인이 대신해 줄 수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건이다. 죽음의 고유성은 삶의 고유성을 직시하게 한다. 몇 주 후면 아예 움직일 수도, 말을 할 수도, 무언가를 삼킬 수도 없는 상태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안 릴리는 스스로 그 삶을 끝내고자 한다. 엄마로서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부탁이다.

하지만 릴리가 마련한 이소의 자리는 둘째 딸 안나의 마음과 충돌한다. 어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안나가 릴리의 ‘자살 기도’를 신고하려고 마음을 먹은 것. “준비는 엄마나 됐지, 난 안 됐다고!”

안나는 왜 엄마를 놓아주지 못하는 걸까? 사실 그녀에게는 차마 밝히지 못한 비밀이 있다. 말하느니 차라리 제멋대로 사는 구제불능 쓰레기로 여겨지는 게 낫겠다고까지 여기는, 자기의 망가진 모습이다. 전혀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하는 그녀의 입가에는 언제나 짜증과 냉소가 걸려 있고, 괜찮지 않은데 모두가 괜찮은 척하는 지금의 상황도 그녀에게는 우습기 짝이 없다. 안나는 결국 파티에서 자신의 ‘괜찮지 않음’을 폭로하며 모두를 경악하게 한다. 그건 단순히 어머니에게 이해받고 싶은 아이의 투정을 넘어, 가장 사랑하는 이에게 ‘진정한 나’로서 이해받고 싶다는 한 인간의 투쟁이다.

역설적이게도 안나의 입을 막았던 건 ‘딸들이 강하고 자유로운 인간으로 크기를 바라는’ 엄마의 바람이고 응원이었다.

릴리 : 왜 말 안 했어?

안나 : 늘 강해지라고 했잖아. 자유로워지라고. 난 자유롭기 싫었어. 나를 나처럼 느끼고 싶을 뿐이지.

릴리 : 정말 미안해….

안나는 결국 스스로 자신의 비밀을 내어놓음으로써 자유로워진다. 안나의 이소는 릴리가 일방적으로 ‘시킨 게’ 아니라 안나가 마음을 내었기 때문에 비로소 이루어진다. 안나는 자신을 옭아맸던 것들을 떠나보내고 가족, 그리고 자기 자신과 화해한다. 그리하여 안나는 릴리의 죽음을 곁에서 지킨다. 엄마의 사랑에 도리어 발이 묶여 평생 몸부림치고 회피하기에 급급했던 그녀가 비로소 용기를 내어 죽음을, 아니 삶을 직시하는 순간이다.

남편과 두 딸의 손을 잡고 삶을 마감하는 릴리를 비추며 토렌트순위는 막을 내린다. 둥지를 떠나 다시 만난 가족이 얼마나 ‘완벽하게’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