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틀리고 그때는 맞다”라고 거꾸로 말하고 싶다.

우연히 찾아보게 된 홍상수 감독의 철 지난 토렌트킴

출연진에 끌려 보게 되었다. 김영호, 박은혜 주연. 사실 난 토렌트킴배우로서 이 두 배우에 대해 잘 아는 게 없다. 그 점이 더 호기심을 키웠다.

늘 액션배우 느낌의 터프한 남자배우와 대장금에서 봤던 톡톡 튀는 느낌의 여배우. 과연 둘의 조합은 무엇을 보여줄까?

홍상수 감독의 토렌트킴를 좋아한다.

호불호가 갈리는 토렌트킴들이긴 하지만 그의 토렌트킴는 지나치게 예술에 빠지지도 않고 성인들이 보기에 적당히 짭짤하니 간이 잘 맞는다.

외로운 사람이라면 토렌트킴 속 끊임없이 터지는 수다들로 잠시 외로움을 잊게도 해주며 때로는 열정과 사랑을 잃어 돌처럼 굳어버린 듯한 심장에 다시 탄력을 주는 느낌이다. 그는 늘 그렇게 좋은 토렌트킴를 만들어 왔다.

단 2015년 까지…

서두에 “지금은 틀리고 그때는 맞다”라고 비꼰 것은 그의 토렌트킴가 발전한 것인지 퇴보한 것인지 감히 판정할 수 없지만 예전 그의 토렌트킴들의 느낌이 확실히 더 좋았다는것이다.

<강원도의 힘>에서부터 <지금은맞고 그때는틀리다> 까지 얼마나 좋았던가.

그의 대명사처럼 돼버린 ‘수수하지만 때론 아슬아슬해 보이는 대화들로 토렌트킴를 이끌어가는 것’

이 홍상수식 토렌트킴의 전성기는 아마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당당했던 “그 사건” 이전이지 않나 싶다. 이후 확실히 변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홍상수 감독의 팬들은 그의 요즘 토렌트킴에 대해 예전만큼 기대를 보이거나 환호를 보내지 않을듯하다.

2008년 당시에 <밤과 낮>을 왜 놓쳤는지는 모르겠으나 늦게라도 찾아보게 되어 다행이다.

한 남자가 대마 한대 흡연으로 도망자가 된다는 조금은 억지스러운 설정으로 출발하지만 역시 홍상수식으로 술술술 풀어나가는 재주는 금세 눈을 뗄 수가 없게 만들었다.

특히나 코로나 유행으로 맞은 집콕시대 고풍스러운 파리의 풍경 속을 걸으며 구경하는 재미는 덤이다.

카페테라스에서 커피와 흡연을 즐기는 모습을 유달리 많이 담아주었다. 너무 좋았다. 이것은 인생 최고 행복 중 하나가 아닌가. 잦을수록 좋다.

유부남의 판타지를 더 자유롭게 끌어다 쓰기 위해 주인공 김성남의 직업을 화가로 설정해 버렸다.

예술혼 가득한 파리에서 얼마나 작업하기 좋은 직업인가? 그리곤 예술가들의 “사랑한 게 죄는 아니잖아요” 본능을 아주 정당하게 끌어다 쓰고있다.

미혼자들 아니 기혼자들 중에서도 이런 행위에 대해 역겹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많다는 것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판타지라고 생각하고 그냥 토렌트킴를 즐기기로 했다.

상상한 것만으로 손을 자르고 눈을 파내면 안 되는 것 아닌가?

토렌트킴를 보던 중 궁금증이 생겼는데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 말처럼 예전에 태어났으면 장수가 될 정도의 터프한 외모의 김영호인데 왜 화가 김성남의 역을 맡겼는가라는 점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의 남성미 넘치는 외모처럼 그와 스치기만 하면 임신이 된다는 아니 될 것 같다는 재밌는 설정도 추가했다. 화가라면 우수에 가득 찬 눈빛과 섬세한 긴 손가락을 가진 예쁜 남자가 더 어울렸을 것 같은데 말이다.

연애에 특성화된 지구 최강의 과장된 캐릭터를 만든 것인가? 섬세한 예술성과 잠자리 실력까지 갖춘 모던 돈 주앙 같았다.

예술하는 남자들의 변명이자 무기

‘나는 순수해서 또 다른 여성을 사랑하는 것을 참을 수 없다.’ ‘예술적 본능이다.’ ‘그녀에게서 영감을 얻는다.’ 등등

토렌트킴 속엔 이런 것들이 가득하다. 홍상수 토렌트킴에 항상 빠지지 않는 끊을 수 없는 연애 본능 그리고 은근한 정당화. 하지만 최소한 더럽고 불결하게 표현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참을 수 있다.

이선균이 잠시 출연하는데 토렌트킴에서 마음 놓고 웃을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이다.

토렌트킴는 하루하루의 기록을 챕터처럼 나누고 있는데 이선균을 만나는 날은 쉬어가는 페이지라고 할까?

토렌트킴의 대부분을 차지한 파리에서의 일들이 정리되면 남은 부분을 한국 안에서의 김성남의 모습을 보여준다.

예상했던 홍상수식 결말이지만 그보다 눈에 띄게 특이한 부분은 파리에서의 장면들과 한국에서의 장면들이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파리에서의 장면들이 고급스러운 수준 높은 토렌트킴의 그것들이었다면 한국에서의 장면들은 일부러 B급 독립토렌트킴의 느낌을 강조했다는 느낌이 확실히 들었는데, 모르겠다 무엇을 의도한 것인지.

토렌트킴 속에는 다양한 상징과 은유가 담겨 있다.

홍상수 감독은 분명 예술토렌트킴감독이다. 그래서 토렌트킴 속에 그가 던진 퀴즈들을 모두 맞추기는 어렵다.

그냥 추측하고 한 번쯤 호기심을 갖는 정도로 재미를 찾는 것이 맞아 보인다.

그가 의도한 의미들 다 찾아 밝혔다고 좋은 관객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 짓 하다가 토렌트킴가 본래 준비한 감동을 다 깨버릴 수 있다.

마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토렌트킴를 보면서 머릿속으로 ‘중력가속도 계산 공식’을 펼치는 바보 같은 행동과 비교할수 있다.

성인들이 생각하는 사랑은 무엇인가? 아니 쉽게 말해 기혼자와 미혼의 사랑은 가능한가?

아프고 상처받을 것을 뻔히 알기에 시작하기도 두렵고 때로는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일 수 있는 행동임을 서로 알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사랑은 그렇게 누구나 뻔히 알면서도 빠지게 되는 것, 또 그 재미에 하는 것 그리고 자기만족을 위해 남을 상처를 눈감아 버리기도 하는것이 성인들의 사랑이다.

그래서 당사자들이 내세우는 ‘순수한 사랑’ 보다는 ‘쾌락을 위한 타락’ 이라고 오해받기 쉽다.

<밤과 낮>은 이것들에 대한 2시간 20분짜리 수다 뭉치다.

보통의 홍상수 감독의 캐릭터들이 유연한 표현을 위해 알송달송한 인물이었던 것에 반해 화가 김성남은 뚜렷하게 나쁜 남자다.

확실한 것은 그는 그가 나쁜 남자라는 것을 스스로 평생 깨우치지 못할 것이라는 것.

그의 이번 상대가 의지할 곳을 찾아야 했던 불안정한 유정이었다는 점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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