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Give & Take를 말한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교환관계는 필수적이고 그것이 도움이든 물질이든 말이든 마음이든 우리는 알게 모르게 늘 가치를 교환한다.

내가 A에게 무언가를 준 만큼 A도 나에게 합당하게 돌려줄 것을 기대하고, B에게 무언가를 받았다면 나도 B에게 그에 상응하는 가치를 주는 것이 일반적인 인간관계이다.

물론 서로 주고 받는 것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울 때도 있고, 늘 동일한 형태나 크기로 주고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등가교환이 성립하지는 않는다.

사람 성향에 따라 어떤 이는 자기가 받는 것보다 더 많이 주는 것을 기뻐하고, 어떤 이는 주는 것보다 받는 것에 더 익숙할 수도 있다.

어쨌든 우리는 모두 인간관계 속에서 무언가를 주고 받고 있으며, 다른 사람과 주고 받은 교환가치에 만족하면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쉽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서운함 또는 부담스러움을 느끼거나 그 결과로 관계가 끝나버리기도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표현하는 흔한 수식어들.

예수님은 아무런 대가없이 자기자신을 내어주셨다.

하나님도 믿음을 대가로 요구하신 것이 아니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우리의 믿음은 십자가에 대한 대가가 아니다.

오직 그것만이 우리를 살리는 방법이셨기 때문에 십자가 죽음을 선택하셨고, 이 복음을 믿는 자에게는 누구에게나 영원한 생명을 주신 토렌트 순위이지 대가가 아니다.

그런데 나는 하나님께로부터 이런 사랑을 받으면서, 내가 그 사랑을 온전히 받아들이지도 못했고 하나님께 조건없는 사랑을 드리지도 못했구나.

《십자가: 사랑과 배신이 빚어낸 드라마》(새라 코클리 저)라는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었다.

사순절의 끝자락에 이 얇은 책을 읽어보았다.

저자나 역자가 모두 성공회 교도라서 사용된 용어나 표현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졌고, 메이저출판사에서 나온 책이 아니라서 그런지 아니면 그냥 내가 산 판본이 불량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책을 펼치자마자 조금씩 떨어져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면, 내용은 여러 모로 새롭기도 하고 오래 되새겨볼만 하여 주위 사람들에게도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특히, 각각 예수님께 향유를 부은 여인과 가룟 유다의 이야기를 대조적으로 펼쳐낸 2장 <선물>과 3장 <배신>의 내용이 가장 인상 깊었다.

예수님의 대가없는 사랑과 가장 비슷한 모습으로 예수님께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아낌없이 향유를 드린 여인.

그리고 그 향유를 아까워하며 여인을 질책하던 가룟유다는 결국 자기 죄에 대해 주님께서 베푸시는 용서의 가능성을 철저히 거부하며 비참한 결말을 맞았다.

예수님을 배신한 것 어쩌면 인류 구원의 계획에 포함되었다고도 볼 수 있는 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용서를 받아들이지 못하여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하려는 잘못된 갈망으로 점철된’ 것이 가룟유다의 가장 큰 잘못임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러한 유다의 밤은 곧 우리의 밤이기도 함을 선언한다.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이 가룟유다와 비교를 당하는 것을 엄청난 모욕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스스로 의인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나의 모습이 분명 예수님보다 가룟유다의 모습에 가까움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전에도 이미 여러 번 실패해봤지만, 나는 여전히 나의 연약함을 인정하기 싫어하고 내 힘으로 모든 것을 통제하기 위해 하나님의 사랑에 저항하는 유다와 같은 자이기 때문이다.

복음은 우리에게 그 다음의 선택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하나님은 이미 죄인이 된 우리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의인의 옷을 입혀주시기로 작정하셨기 때문이다.

또다른 배신자 베드로를 통해 직접 비교해 볼 수 있다.

가룟유다는 예수님을 팔아넘긴 직접적인 행위로 배신을 했지만, 다른 제자들도 대부분 예수님을 버리고 흩어져 도망가버렸고, 베드로는 그중에서도 배신의 풍경을 대표적으로 보여줬다.

가룟유다와 베드로, 둘 다 예수님을 배신하였고 자기의 잘못을 깨달은 뒤에는 심히 괴로워하였다.

하지만 우리가 잘 알듯이 이후 두 사람의 선택은 달랐고, 그들에 대한 우리의 평가도 다르다.

나는 가룟유다 같은 자가 될 것인가, 베드로 같은 자가 될 것인가?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스도의 사랑에 대해 더 깊이 고찰하고, 나의 신앙을 다시 한 번 점검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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