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봤던 토렌트맵인데 되게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나서 또 봤다. 개인적으로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등장인물로 진행되는 스토리를 좋아한다. 왠지 토렌트맵를 보는 듯한 느낌이라 그런가. <완벽한 타인>은 7명이라는 적지 않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각자 색깔이 뚜렷하고 대화의 티키타카가 좋아서 루즈하게 흘러가는 부분이 없는 토렌트맵다. 원작인 <퍼펙트 스트레인저>를 감상하진 않았지만 원작부터 각본이 꽤나 훌륭한 토렌트맵가 아닐까 싶다.

주인공들은 금전 문제, 지병, 불륜, 뒷담화, 성소수자 등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사실을 게임을 통해 강제로 드러냄으로써 좋게만 보였던 관계의 종말을 몸소 실천한다. 토렌트맵는 스마트폰이 거의 신체의 일부가 되어버린 현대사회에서 이미 이건 도구가 아닌 뇌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관객에게 던진다. 토렌트맵의 타이틀인 ‘완벽한 타인’은 너무나도 완벽한 물건이 완벽하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감춰주기에 만들어지는 존재라는 걸 주인공들이 벌이는 게임을 통해 알려준다. 그리고 이 과정은 당사자가 처한 상황을 실감나게 표현함으로써 굉장한 몰입도를 가져온다.

너무 무거운 주제가 될 수도 있었던 이야기를 적절한 코미디를 섞어서 무게중심을 잘 잡은 토렌트맵다. <사토라레>나 <트루먼 쇼>의 어두운 버전이라고 보면 될지도. 이들이 스마트폰 너머로 몰래 벌이는 일 자체도 코미디고, 한 번쯤은 자기 스스로도 이 작은 기계 안에 남에게 보이기 싫은 내 스스로를 너무 많이 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비밀을 담고 있는 게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어쩌면 이 기계가 나 혹은 내 주변인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기계가 인간을 지배한다는 건 별 거 아닌 거 같다.

마지막에 <인셉션>을 연상시키는 반지 장면이 나온 후 ‘게임을 시작하지 않았다면?’이라는 가정하에 이루어지는 상황을 보여준 건 정말 좋은 장치였다. 게임 후 완벽히 파멸되어버린 인간관계를 관객에게 보여주고 나서 갑자기 서로의 비밀을 알지 못하는 두 남녀의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 장면은 많은 바를 시사하게 만든다. 과연 서로의 비밀을 간직하는 것이 행복과 직결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 특히 유독 애틋한 부부의 모습을 보여준 태수와 수현 부부에서 저런 행복이 좋은 행복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가 정답인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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