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너무 정겨운 영화인 것 같다. 난 웹하드 순위를 좋아한다. 뭔가 말할 수 없는 고급지면서도 친근한 맛과 향이랄까? 아무리 내가 구체적으로 설명해도 직접 맡아보고 먹어봐야 알 수 있다. 이 영화도 그렇다. 직접 봐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영화. 건강했던 순자가 갑자기 아프게 된 이후로 영화를 전전긍긍하며 봤던 것 같다. 뭔가 막 터질 것 같아 조마조마했는데 마지막에 터지다니. 할머니에 대한 사랑이 누구보다 엄청난 나에게 있어 이 영화는 너무나 공감갔다. 갑작스러운 순자의 아픔이 개연성이 없어보일지라도 난 이해했다. 순자가 데이빗과 함께 껴안고 자면서 데이빗의 병이 순자에게로 넘어간 것 같다. 지옥과 천당에 보내는 예수님에 대한 종교적 장치를 여기서도 간접적으로 보여주었다. 영화가 순자에게 빠져들게 만드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제이콥과 모니카의 갈등에서 나타나는 목표와 현실의 이상에 대해서도 많은 담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이 재배한 채소 샘플을 병원까지 들고 오는 모습이 탐탁치는 않았지만 이런 행동이 가족을 위한 것이 아닌가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제이콥이 강한 자존심만큼 가족애도 강하게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구석구석 살펴보면 재미있고 생각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많았고,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다. 하지만 결말은 와닿진 않았다. 전체적인 스토리텔링으로서는 훌륭한 결말이지만 내가 볼 땐 ‘제이콥이 참 착한네’라는 생각이 들게하는 결말이었다.

따뜻하고 산뜻하다.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가장 좋았던 걸 뽑으라고 한다면 모두가 미술이라고 하지 않을가? 바퀴 달린 집부터 푸른 들판, 울창한 숲까지. 로케이션 장소가 너무 좋았고, 스티븐 연이 농사지을 때 쓰는 캡모자도 진짜 시골느낌 가득한 레드라서 디테일도 살아있었다. 1980년의 모습을 잘 담아낸 듯하다. 다음으로 좋았던 점은 영화의 따뜻한 분위기를 카메라가 잘 잡아냈다. 데이빗이 뛰어가는 장면이나 데이빗과 순자가 웹하드 순위를 따러 가는 씬이 정겹게 잘 표현되었다. 엄청난 촬영기법이 없었기에 부드럽게 잘 담아낸 듯하다. 정이삭 감독의 유년시절을 담아낸 영화라고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감독의 연출이 잘 담아내진듯하다. 실제 있었던 일을 리플레이 시켜보는 경험이었지 않을까? 20억이 들어간 초초초초저예산 영화라고는 하지만, 굉장히 퀄리티 높은 작품이었다. 단 24회차로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니. 제작팀도 대단하고, 연출도 대단하고, 카메라도 대단하고 팀의 단합력이 영화로 잘 표현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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