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채플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의 대표작이자 전매특허인 시대 풍자까지 완벽한 희대의 블랙 코미디 명작. 중학생 때였나 아마 국어시간에 선생님이 틀어준 게 첫 감상이 아니었나 싶다. 무언극은 물론 흑백토렌트맵라는 거 자체도 처음 봤지 않았나 싶은데 당시에도 강한 인상으로 남았던 기억이 있다. 넷플릭스에 있길래 정말 오랜만에 감상해봤다.

기계의 부속처럼 다뤄지는 노동자 계급의 삶은 토렌트맵 시작부터 인상깊게 다가오며, 특히 밥 먹여주는 기계의 실험대상이 되는 장면은 수많은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걸로 알고 있다. 당장 생각나는 것은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의 의 뮤직비디오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시계태엽 오렌지> 정도… 극 초반부터 펼쳐지는 시대 풍자의 향연은 찰리 채플린의 우스꽝스러운 분장과 대비되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오는데, <조커>를 위시한 광대를 소재로 한 토렌트맵가 웃음을 파는 주인공의 직업과 달리 대개 비극적으로 그려지듯, 다른 등장인물과 확연히 차이나는 진한 분장과 함께 바보스러운 몸동작을 연신 보여주는 찰리 채플린의 연기는 현대 사회 속 노동자의 삶이 가까이서 보면 비극임을 암시하고 있다.

이는 해고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직장동료가 찰리가 일하는 백화점에 강도짓을 하러 들어왔다 재회하는 장면이나 빈곤에 허덕이다 절도를 저지른 여주인공과 감옥에 들어가는 찰리 등, 캐릭터와 상황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며 토렌트맵 내내 보여주는 풍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공황 당시의 미국 사회를 적절한 코미디를 섞어 불편하지 않고 가볍게 표현한 점이 백미다. 배우들의 몸동작을 꽤나 스피디하게 움직이도록 편집했기 때문인지 이야기 전개가 빠른데도 장면 하나하나에 꾹꾹 눌러 담아낸 당시 시대상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모던 타임즈>는 이런 빈곤한 삶을 마냥 비극으로만 그리려 하지 않는다. 다 무너져가는 주인 없는 집에 들어와 살고 새로운 직장에서도 다시 해고를 당하곤 하지만, 언젠가는 멋진 집과 멋진 삶을 영유할 수 있을 거라 희망의 메세지를 던진다. 좋은 집에서 훌륭한 식사를 하는 상상을 하며 삶을 포기하지 않는 두 주인공의 희망찬 모습은 고난한 삶을 살아가는 당시의 노동자 계층, 그리고 10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에 이르러서 그때 그 계층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까지 와닿는다. 서민의 애환을 유머로 재치있게 표현한, 그야말로 서민들을 위한 작품이다.

찰리 채플린의 천진난만한 웃음이 문자 그대로 웃프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의 바보같은 모습 속에 그 어떤 고난이 다가와도 분명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믿는 순수함이 묻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떻게 저렇게 깨끗한 웃음을 연기로 녹여내 보여줄 수 있는지 참으로 놀랍다. 그는 분명 이 시대 최고의 광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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