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튈지 모르는 얌체공 같았던 열일곱의 나는 자신만만했고, 세상이 다 내 것인 줄 알았다.

원하는 것은 모두 이룰 수 있고, 꿈꾸는 미래는 오로지 반짝반짝 빛날 것 같았다.

20대는 좌절을 배우고, 30대는 포기를 배운다 했던가. 불의에 맞섰던 나는 이제 불의에 무릎을 꿇는다.

할 수 있는 것보다 하지 못하는 것들이 더 많다는 걸 깨달은 어른이니까.

바람 빠진 공처럼 이리저리 치이던 서른일곱의 어느 날, 열일곱 살의 내가 찾아왔다.

잔뜩 찌그러져 있는 나에게 있는 힘껏 숨을 불어 넣으며 다시 한 번 날아오를 수 있다고 외친다.

30대에 남은 성장이란 노화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그녀는 가장 반짝이고, 가장 뜨거웠던 시절의 나를 만나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이미 탄력을 잃어버리고 주름이 자글자글한 마음에 청춘의 재생크림을 듬뿍 바르고, 다시 꿈을 찾아 도전하게 된다.

비록 20년 전 꿈꾸던 모습 그대로는 아니지만, 꽤 괜찮은 어른들로 성장하는 주인공들을 지켜보면서

모두가 함께 울고 웃다가, 결국 내 삶을 조금씩 바꿔볼 용기를 갖게 될 거라 믿는다.

그리고 인생의 가장 힘들고 외로웠던 순간 누구보다 원망하고 미워했던 지난날의 나에게 이제라도 꼭 이 말을 들려줄 수 있기를 바란다.

“안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많이 사랑한다고.”

넷플릭스를 결제한 사람들이라면 모두 겪는다는 ‘오늘 뭐 보지 병’에 걸려서 홈 화면에 한참 머물러 있었을 때 눈에 띈 토렌트가 ‘안녕? 나야!’ 였다.

최강희 배우가 나오는 토렌트는 대부분 잘 봤던 기억이 있었고, 이레 배우의 연기실력도 익히 알고있던 터라 바로 눌렀다.

처음에는 너무 과한 연출(오징굿 댄스씬…)에 약간 거부감이 들어서 하차의 위기가 있었으나 토렌트킴 끝엔 꿋꿋하게 본 나의 선택을 칭찬하고 싶어졌다.

안녕?나야! 토렌트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냥 그렇게 사는 게 편해서 한량처럼 살던 한유현도 행동해야 할 때는 망설임 없이 행동하고,

여기 치이고 저기 치이던 37살의 반하니도 다시 일어서서 앞으로 걸어가고,

자기가 세상 제일 잘났던 17살의 반하니도 많은 걸 얻고 돌아가게 되는 이야기.

배우들의 연기도 너무 좋고 코믹요소도 들어있으며 그 와중에 감정선도 좋았고 사람냄새가 많이 나는 토렌트라 마음에 들었다.

토렌트 속에 정말 인간적인 고민들과 문제가 가득해서 악역의 마음까지 다 이해가 됐다. 보면서 미운 배역이 없었다.

초반엔 내 얘기 같아서 울기도 했고 마음도 아팠지만 결국엔 웃으면서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

사는데에 지친 직장인들에게 슬픈 현실을 일깨워 주기도 하지만 마지막엔 다시 딛고 나아갈 힘을 실어준다.

20년 전의 나에게 미안하지 않게, 현재에 나에게도 미안하지 않게 살아야 겠다.

처음의 오바스러운 장면만 넘는다면 후회하지 않을, 곱씹을 수록 마음에 남는 비현실적인 주제의 현실적인 토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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